황금돼지해 이후 우리 주변에서 임산부를 보는 일이 많아졌다. 참으로 흐뭇한 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한의원을 찾아 “우리 딸, 며느리의 산달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기가 거꾸로 서있다고 어떻게 할 수 없냐”고 상의하시는 어르신들도 많아졌다.
임신초기에는 양수가 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서 태아는 양수에 둥둥 떠 있는 상태로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한다. 그런데 아이가 점점 자라서 대략 32주정도가 되면 양수의 양이 태아 크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어져 자연스런 자세를 취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움직이기 쉬운 다리와 엉덩이 쪽이 자궁의 위쪽으로 움직이고 크고 무거운 머리가 아래쪽으로 자궁의 모양에 맞게 위치를 정한다.
엄마가 서있을 때에, 즉 낮에 활동할 때에 아이가 많이 움직여야 태아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데, 아이가 잘 놀지 못하고 밤에만 태동이 있는 경우는 아이의 자세가 잘못될 가능성이 높다.
아기를 낮에 많이 움직이게 하려면 한 가지 조건만 맞추면 된다. 바로 엄마의 자궁이 따뜻하도록 엄마의 배를 낮에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추우면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웅크리고 앉아서 체온을 보존하려는 것이 동물의 본능이다. 태아는 본능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엄마의 뱃속이 낮에 따뜻하고 움직일 공간이 있으면 제대로 된 위치를 잡지만, 엄마 배가 차가우면 웅크리고 잘못된 자세를 취한다.
엄마의 뱃속은 언제나 따뜻한 것으로 생각하시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의학적으로 기혈(氣血)이 충분하지 않은 임산부는 움직일 때마다 팔다리로 기혈(氣血)이 몰려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가 차갑다. 기혈(氣血)이 충분하면 움직이는 와중에도 배는 따뜻함을 유지하는데, 그러면 아기는 충분한 영양 상태에서 잘 활동하고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거꾸로 선 아이들 엄마의 특징은 엄마의 골반이 좁다든지 배가 차갑다든지 임신 막바지 기간이 겨울에 걸려있다든지 엄마가 임신 중기까지 수영을 한다든지 엄마가 덥다고 찬 것을 많이 먹는다는 특징이 있다.
또 엄마가 빈혈이 심하거나, 혹은 비만이어서 기혈순환이 나쁘고 얼굴이 잘 상기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태아가 주로 밤에만 태동을 하는 특징을 갖고 잘못된 자세를 갖기 쉽다. 게다가 요즘 임산부들은 만혼인 경우가 많고 가사일과 직장을 병행하다보니 어렵게 아이를 임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 경우에도, 태아의 자세가 잘못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따라서 임신 전부터, 임신을 준비하는 한약 복용과 적절한 운동, 그리고 생활습관을 제대로 관리하여 기혈(氣血)을 충분히 보강한 후에 아이를 갖고, 임신 기간 중에도 배를 따뜻하게 유지하여 낮에 많이 움직여도 피로하지 않게 몸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임산부는 한약을 복용하면 안 된다는 것은 잘못된 속설이다. 임신 초기에 유산기미가 보이거나 입덧이 심한 경우, 임신중기 이후 빈혈이나 임신중독증이 나타나는 임산부는 적절한 치료와 태아를 안태(安胎)시키기 위해서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임신 후반부에 태아의 자세가 이상하거나, 출산 시 기운 부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시행되는 제왕절개라는 힘든 수술을 굳이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출처] 소리청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