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정보/약침요법

독창적인 경락이론에 입각한 한국의 약침학

약침요법은 일반적으로 수침(水針), 약침(藥針) 또는 경혈주사(經穴注射) 등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일종의 새로운 침치료법이다. 한의학 고유의 침구이론인 경락학설을 근거로 하여 인체의 혈자리나 압통점, 경결점 등에 순수 천연한약제를 직접 주입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특수 치료법이다. 즉 한방의 침구학과 본초학을 하나로 결합시킨 치료기법으로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여러나라에서 다양하게 쓰여지고 있으며, 학문적 내용은 달리하고 있지만 유럽의 동종요법(Homeopathy)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한다.


한국 약침학의 창시자, 남상천

우리나라에서 약침에 관한 이론 및 임상응용은 1950년대부터 많은 한의학자들에 의해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다 1965년에 최초로 한약업사인 남상천씨가 ‘경락’이라는 저서를 통해 한약추출액을 경혈에 주입하는 방법을 통해 치료하는 이론을 체계적으로 세워 한의계에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한의계에서는 남상천씨를 한국 약침학의 창시자로 보고 있다.

처음 남상천씨가 주장한 약침요법(경락학)은 그 당시 한의계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것은 경락과 관련된 그의 이론이 전혀 새로울 뿐만 아니라 그가 한약업사라는 신분을 가질 뿐 한의학을 연구하고 시술할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즉, 한의사가 아닌 무자격자라는 이유로 그의 독창적인 이론은 학문적 평가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는 ‘경락’이라는 저서에서 ‘경락(經絡)이란 인체의 기(氣)를 일으키는 저항조직이며, 면역조직’이라고 주장했으나 당시 대다수의 한의사들은 ‘경락이란 실제적인 조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것’일 뿐이라며 그의 이론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취급했다.

그는 ‘면역이 줄어든 곳에 암이 생기고 면역이 줄어든 체질이 각종 난치병에 걸린다’면서 ‘경락이 면역작용을 한다는 것과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약에서 면역제를 찾아 이를 압통 반응 경락에다 주사함으로써 최대의 면역 능력을 생기게 하여 난치병을 고치는 방법’이 약침요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박해와 오해를 받아 막심한 고초를 치르면서도 73년부터 86년까지 ‘경락’ 3, 4, 5, 6 권을 저술하여 자신의 경락학설에 의한 약침요법의 임상예와 이론들을 밝혀나갔다. 그리고 81년에는 암을 정복하기 위해 남미의 칠레에 ‘경락의원’을 개원해 각종 암 환자들을 치료하고 암에 대한 임상을 쌓아가면서 더욱 정밀하게 이론들을 체계화시켜 나갔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학설을 배척하던 한의계에도 경락학설과 약침요법을 실제로 임상에 적용하면서 그 뛰어난 치료효과를 경험하게된 한의사들이 하나 둘 생겨나게 되었다.
70년대 후반에는 약물의 주입방식이론에 따라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操火)의 육경변증(六經辨證)에 따른 방식과 팔강변증(八綱辨證:陰陽寒熱表裏虛實)에 따른 삼초조절법(三焦調節法)의 방식으로 한층 깊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한의계의 일부 인사들 사이에 소극적으로 수용되어 보급되던 약침요법은 젊은 한의사 황재옥 원장(38. 황 한의원)의 주도로 89년 대한약침학회를 결성하게 되고 90년대에 들어와서 최근에는 사상(四象)및 팔체질(八體質) 이론에 따른 약침요법이 연구되고 있다.

의학이 추구하는 4가지 기본원칙

현재 대한약침학회 회원은 1100명에 이르고 있으며 많은 연구를 비롯, 임상에 적용하여 탁월한 치료효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약침요법은 현재 한의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발전되는 분야라고 말한다.
약침요법의 최대장점은 우선 치료 효과가 신속 정확하다는 점이다. 약침을 정확하게 주입하게 되면 바늘을 빼자마자 증상 부위의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만큼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고 한다.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의학이 추구해야 할 4가지 기본원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첫째 치료 효과가 신속 정확해야 하고 둘째 환자 입장에서 치료비가 부담이 없을 정도로 경제적이어야 합니다. 세째 고통 없이 치료할 수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부작용이 없어야 합니다. 약침요법은 이상 네 가지 치료 원칙에 가장 가까운 치료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침요법의 보급과 대한약침학회 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황재옥 원장의 말이다. 약침은 일반 복용약물의 백분의 일로도 그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경제적이고 시술이 간편해서 내복하기 힘든 환자 및 응급환자에게도 시술이 용이하다는 점이 커다란 장점이다. 약침요법의 효능은 임상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15년 전부터 두통에 시달려온 은행원 김모(45)씨는 계속되는 두통으로 머리 전체가 지끈거리고 눈뜨기 조차 어려워 직장을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황연해독탕을 증류추출한 약물 0.1cc를 풍지혈에 한 번 맞고는 그 지긋지긋하던 두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약침요법의 치료영역은 거의 모든 질환에 해당됩니다. 급만성 염증성질환, 만성 소모성 질환 및 현대의 각종 난치질환도 예외는 아니죠.”

약침의 임상범위가 이렇게 광범위한 것은 약침의 시술시에 사용되는 약제가 무엇이냐와 어느 경혈에 투여하는가에 따라 임상 치료영역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정확한 약물의 선택 및 경혈의 선택은 약침 치료에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다.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임상예로 김말숙 할머니의 경우가 있다.


여든 네살의 김말숙 할머니는 척수 1번에서 5번까지 퇴행성 병변으로 누워서 일어날 수 조차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노환으로 인한 것이라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업혀서 한의원을 찾은 할머니에게 홍화원액(紅花原液)을 치료약물로 해서 허리 척추 주위의 모든 경결점에 약침을 놓았다. 그후 45일간 격일로 같은 방법의 치료 후 업혀오던 할머니는 부축을 받으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또 한 달간의 격일 치료 후에는 혼자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그후 네 차례 더 치료를 받은 후에는 걸레로 방청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치되었다.
수많은 치료예 중 극히 일부분인 이런 사례는 약침이 인체의 면역력과 저항력, 즉 기(氣)에 직접 관여하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약침은 거의 부작용이 없는 치료법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임상에서 활용했을 때 환자 개인에 따라 다소의 동통, 오한, 발적 등의 현상이 출현하는 데 이것은 인체의 자연 치유력 유도의 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체의 반응현상으로 결코 부작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즉 장티푸스 등 예방 접종시 개인에 따라 다소의 몸살을 겪으면서 면역을 가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제도적인 지원이 아쉬워

동양의학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침구학, 본초학에 그 바탕을 두고 경혈학, 기미론, 체질론을 바탕으로 정제된 한약액을 경혈에 응용하여 침구와 약물의 상호결합된 효과를 기대할 목적으로 연구발전되어온 약침요법은 한국, 중국, 일본, 북한 등의 동양의학권에서는 이미 임상에 널리 상용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는 18세기 초부터 시작되었다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서양학문에 눌려 밀려지내다가 197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서서히 부각된 동종요법이 약침요법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한다. 동종요법은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를 통해 두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통증치료법이라 하며 유럽을 비롯하여 인도, 중남미에서 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동종요법에 사용되는 주사제제는 동종의학과 침구학을 접목하여 동양의학권에서 약침을 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경혈에 동종요법재를 주입하여 치료하고 있으며 사용되는 약제가 복합제, 단미제 등 모두 2000여종이 생산되어 나오고 있다.

한편 중국은 1960년대 상산(常山)주사액을 사용한 것이 약침의 시초라고 한다. 1961년 족삼리혈을 이용하여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등의 예방 및 치료효과를 관찰한 결과 기존의 치료법보다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어 그후 국가의 주도하에 약침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약침은 기존의 경락이론만 빌렸을 뿐 단순한 이론이라 치료의 응용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약침요법의 이론과 임상치료, 학문적인 면에서모두 우리 한의학이 단연 앞서 있으면서도 현재 전세계 의학계에는 중국의 약침이 종주국 행세를 하고 있다. 그것은 등소평이 약침으로 생명을 연장할 정도로 중국이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중국의 약침을 연구하고 육성하여 중의사를 비롯 각종 약침약물들을 제품화 해 세계에 수출하는 반면에 우리는 제도적 뒷받침이 거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황재옥 원장은 “가장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될 제도적 뒷받침으로 약침의 치료약물들이 한방 의약품화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 세계의학계의 흐름은 기존의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상호 우수한 점이 함께 결합되어 임상에 사용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의 한의학이 경쟁력 있는 세계 속의 의학으로 자리를 잡기위한 연구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 단초를 약침요법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지금 한의학계의 중요한 연구동향중 하나이다  


[출처] 소리청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