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학대학 고려의학부(동의학부) 졸업, 고려의사 자격증 취득, 동의과학원 연구원, 기초의학연구소(일명 김일성장수연구소) 연구원.

정말 독특한 이력이다. 그는 북한군 88호병원 진료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1998년 강원 철원군의 휴전선을 넘어 귀순했다. 당시 우리나라 언론은 부인과 함께 거의 옷이 다 찢겨져 속옷만 남은 상태로 휴전선을 넘어온 그에 대한 기사로 떠들썩했다. 그는 2002년 우리나라 한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현재 대한민국 한의사·북한 한의사 자격증을 모두 갖고 있다.

진료가 모두 끝난 저녁 7시쯤 그의 진료실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현재 경복궁 인근에서 100년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석영환 원장의 첫마디는 약간의 북한 억양이 섞였을 뿐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북한 관련 영화에서 듣던 북한 고유의 억양이 전혀 아니었다.

“벌써 5년 전에 <생명을 살리는 북한의 민간요법>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는데, 과연 양방이나 한방만큼이나 북한 민간요법이 효과가 있습니까.”

형식적인 인사를 마치고 곧바로 궁금한 사항부터 물었다. 답은 엉뚱했다.

“김일성장수연구소 출신의 북한 한의사라는 소문이 책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캐내려는 듯이 묻곤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 대답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장수는 오직 자기 자신의 정신력, 즉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라는 거지요.”

그리고 나서야 질문에 걸맞은 설명을 해줬다. 북한에서는 양약이 귀하다보니, 선조 대대로 내려온 민간요법이 그대로 전승되어 지금까지도 치료의 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의학을 고려의학으로 계승 발전시켜 자연요법, 민간요법과 함께 북한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 원장은 “자연요법은 단식과 생식을 기본 치료방법으로 삼고 있다”며 “단식을 통해 몸 안을 비우고 생식으로 채워주는 방법을 통해 몸 안의 독소를 내보내면 자연히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간단한 원리”라고 소개했다.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하는 식물에는 암과 심장병을 예방하는 1만가지 이상의 특이한 성분들이 들어 있어요. 그러나 사람들은 그 중에서 좋은 측면 몇 가지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했다.

석 원장의 설명은 이랬다. 식물에 들어 있는 생물학적 활성성분들은 적수를 피하고 이로운 곤충들을 끌어당기며 색깔뿐 아니라 성장과 수분 균형까지도 조절하는데, 바로 이런 식물인 야채, 과일을 사람들이 먹으면 그 식물 속에 들어 있는 활성식물성분인 ‘방어무기’도 함께 먹게 되어 종합적인 필수성분들을 몸 안에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인체에 아주 놀라운 효력을 나타낸다는 얘기다.

화제를 돌렸다. 석 원장이 주장하는 9가지 무병장수 원칙에 대해 물었다. 석 원장은 틀림 없는 사실이라며 하나 하나 풀어서 설명했다.

우선 아침에 잠에서 깨면 반드시 1ℓ 정도의 물을 마시라고 강조한다. 이어 수건을 찬물에 적셔서 얼굴과 목이 빨깨질 때까지 세게 문지르라고 제안한다. 날씨가 추울 때는 더운 물로 해도 좋단다. 여기에 찬물 끼얹기를 하면 효과가 더욱 좋다. 찬 자극을 이용해 정력을 세게 하는 방법으로 목욕할 때 몸을 더운 물에 담근 후 깨끗이 씻은 다음 바가지로 찬물을 3~4회 끼얹되, 남자는 아랫배에서 고환까지, 여자는 아랫배에서 음부까지 끼얹어 아랫배의 속까지 차게 하라는 것이다. 한 번 목욕시에 2~3회 반복하면 더욱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주먹으로 앞이마와 머리끝을 50회 정도 두드리는 것도 건강장수의 비결로 두뇌가 예민해지고 기가 온 몸에 넘친다고 석 원장은 강조한다. 목욕할 때 엄지손가락으로 좌우 종아리의 뒷부분을 50회 정도 힘껏 누르는 것도 한 방법. 이때 피로가 쌓였을 경우에는 아픈 감이 느껴지지 않는데, 피로를 덜어주고 성욕을 높여주는 효과가 나타난다. 우리가 흔히 몸을 푸는 운동을 할 때 취하는 허리굽히기와 허리치기 운동도 건강장수의 한 비결이라고 석 원장은 제시한다. 지속적으로 허리를 단련시키는 동작은 건강관리에서 매우 큰 중요성을 갖는다며 노화 정도를 측정하는 한 가지 방법은 허리를 굽히고 손이 어느 정도까지 땅에 닿는 것인가를 보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내장, 즉 위와 장 기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잠들기 전에 누워서 두 손의 네 손가락을 모아 손끝으로 위와 배, 특히 배꼽 주위의 아랫배를 위로부터 아래로 5회 누르기가 좋다고 한다. 석 원장은 나머지 2가지로 손발 펴기와 고환 주무르기를 제시한다. 그는 이들 9가지 방법을 아침에 일어나면서, 세수하면서, 목욕하면서, 잠에 잠들기 전에 매일 실시한다면, 질병에 시달리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취재를 마친 기자에게 석 원장은 아직도 뭔가 부족한 듯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항상 우리 주위에 있음을 잊지 말라고 자연요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출처 :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906171543465&code=900303

언론사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