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만큼 오해도 많은 것이 한의학이다.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온 다양한 민간요법부터 넘쳐나는 정보로 인해 오히려 와전된 속설까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때다. 한의학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무엇이며 오늘날 한의학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지난 6일, 김현수(48)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을 만나 한의학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들어봤다.

- 잘못 알려진 한방상식 중 대표적인 것 몇개를 꼽는다면? 

 “한약을 먹으면 간이나 콩팥이 나빠진다는 얘기가 있다. 모든 먹는 약물은 피의 흐름을 타고 간장과 신장을 지난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약을 ‘잘못 쓰면’ 간이나 신장에 해를 줄 수 있는 것이지 한약이 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진단에 의한 한약은 간염, 간경화 등 간질환을 치료할 수 있고 각종 신장염과 신부전증을 낫게 한 예도 얼마든지 있다. 의사가 간에 안 좋은 약을 줄 리가 있겠나? 가릴 음식이 너무 많아 한약을 꺼린다는 것도 과장된 말이다. 특정 음식의 차거나 더운 기운이 소화나 한약의 효능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평소 먹던 음식을 그대로 먹되 지나치게 자극적인 것만 피하면 된다. 보약이 누구에게나 좋다는 생각도 오해다. 인삼의 경우 속이 더운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보약도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 양방에 비해 한방치료를 선택하는 비율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간 한의학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한의사들의 책임이 크다. 통증에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은데 소화기나 대장질환 등에도 한방치료의 효과가 크다. 변비 같은 경우도 침 치료의 효능이 뛰어난데 잘 모른다. 젊은 여성들이 오랫동안 변비약을 먹으면 장기능이 약해져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천식이나 폐 질환 등 난치병으로 알려진 호흡기 질환에도 한방 치료를 권하고 싶다. 최근에는 비만억제나 폐경기 여성의 안명홍조 등에도 침과 뜸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 무면허 한방 의료가 성행하는데. 

 “후진국도 자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는데 한국에선 민간요법이란 미명하에 여전히 무면허 한방 의료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침과 뜸은 가장 대표적인 한방 의료행위이자 응급 치료법이지만 잘못 시술하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뜸이야 집에서 환자가 할 수도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2도 화상을 입히는 위험한 치료다. 체질에 따라 처방하고 어디에 놓을 지를 전문교육과 임상수련을 거친 한의사가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최근엔 부산의 모 쑥뜸방에서 무면허자에게 뜸과 부항을 시술받은 17세 여학생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 한방 성분을 담은 건강기능식품도 많다. 

 “건강기능식품은 말 그대로 건강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는 식품이다. 약이 아니란 점을 명확히 해야 하고 일부 과대 선전된 면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빈번히 부작용을 낳는 것이 인삼・홍삼제품이다. 삼은 체질과 증상에 따라 복용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혈압이 높거나 열이 많은 사람이 먹으면 두통이나 고혈압 등 부작용을 낳는다. 걸쭉하거나 진하게 보이기 위해 식품첨가물을 잔뜩 넣은 제품을 원액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성분과 함량을 꼼꼼히 따져보고 한의사의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

- 약재의 원산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많다.

 “한약재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한약재의 이력추적관리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모든 약재의 원산지와 유통 경로가 추적 가능하다. 앞으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원산지를 속이는 제조・제약사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할 예정이다. 현재 제약회사가 철저한 검사를 마친 약재인 ‘한약 규격품’만을 쓰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 중이다. 토양, 종자, 재배부터 가공과 유통까지 약재에 대한 전반을 관리하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은 세계 최고수준의 안전한 약재를 마음 놓고 복용하게 된다.”

- 한의학계의 최근 이슈는 무엇인가. 

 “앞서 말한 무면허시술 등 불법 의료행위와 함께 건강보험수가의 확대가 이슈다. 가장 기본적인 침과 뜸, 부항 치료에 대한 보험수가가 현실에 맞지 않게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 첩약을 비롯한 한약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국민들이 부담 없이 한방 의료기관을 이용케 하는 것도 숙제다.”   

- 한의학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인가. 

 “정부 차원의 투자가 시급하다. 미국과 유럽, 중국의 경우 한방의학에 대한 엄청난 액수의 투자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10년 후에는 미국이 한방분야 최고의 국가가 될지도 모를 판국이다. 의료관광이 외화벌이에 효자노릇을 한다지만 치과나 성형 등 특정분야에 한정된 게 사실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는 역시 한방이다. 한류와 맞물려 전통의학을 육성하고 경쟁력 있는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 임기 중에 꼭 이루고픈 일이 있다면.

 “한약재 원료의 안전성을 100% 확보하는 것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용어해설집을 마무리하는 일이다. 한방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엔 일반 소비자들에게 어려운 말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흔히 ‘기가 허하다’하지만 뭐가 얼마나 어떻게 됐다는 건지 명확하지가 않지 않나. 소비자들이 쉽고 친근하게 한의학에 한발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다. 한의원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바람이다. 동네 사랑방 같은, 개인 주치의 같은 한의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의학은 사람 자체, 몸과 마음을 다루는 학문이니 충분히 가능하다.

글 이경석 기자 ㅣ 사진  허재성 기자

출처 : http://danmee.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11/2009051101561.html?srchCol=news&srchUrl=new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