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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기온이 25℃를 훌쩍 넘어서면서 관공서나 은행과 같은 건물에서 에어컨을 켜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바람을 내어주는 에어컨은 고마운 존재긴 하지만, 잘못 사용했다간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나라 직장인 중 약 절반 가량인 46%가 사무실 내의 과도한 에어컨 사용으로 냉방병에 걸린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그중 31.4%는 냉방병으로 인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답했다.
냉방병이란
실내외의 온도가 5~8℃ 이상 차이나는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장시간 생활할 경우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우리의 몸은 외부의 온도에 따라 어느 정도 체온을 조절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추위와 더위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우리 몸의 체온 조절 중추가 혼란을 일으켜 몸의 안정 상태가 깨지게 된다. 이로 인해 오한, 두통, 피로감, 어지럼증이나 졸음, 설사, 복통, 기침, 인후통 등 복잡하고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집에서는 에어컨을 틀어도 괜찮은데, 직장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큰 건물에만 다녀오면 냉방병이 생긴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대형 건물의 냉각수에서 번식하는 레지오넬라균도 냉방병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레지오넬라균은 따뜻한 물(25~42℃)을 좋아하는 세균으로 공기나 물방울 등에 섞여 있다가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와서 고열, 오한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레지오넬라균은 대형 건물에 있는 냉각탑의 냉각수에서 번식해 에어컨을 통해 번진다. 그렇기 때문에 냉각수의 청결한 관리와 에어컨 필터의 청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철 더위 때문에 생기는 질병을 밖에서 활동하면서 생기는 양서(陽暑)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오랫동안 바람을 쐬거나 찬 것을 가까이해서 생기는 음서(陰暑)로 나눈다. 양서(陽暑)는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열이 나며 입이 말라 물을 많이 찾는 증상이 나타나고, 음서(陰暑)는 두통, 오한과 함께 몸이 무겁고 기력이 쇠약해지는 증상이다. 현대에서 말하는 냉방병은 바로 이 음서(陰暑)의 범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몸은 자연계의 일부여서, 자연계의 변화에 따라 움직이게 만들어져 있다. 여름에 너무 덥게 지내는 것도 몸에 좋지는 않지만, 몸이 땀으로 체온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는 더운 것이 정상이다. 여름은 기운을 발산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사람도 기운을 밖으로 발산하도록 인체의 생리 대사가 이루어지는데, 찬 기운을 계속 가까이해서 기운이 발산되지 못하고 속으로 맺히게 되면 두통이나 설사 등의 이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덥다고 해서 피부에 찬 기운이 느껴질 때까지 냉방을 하는 것은 좋지 못하며, 움직이면 약간 덥다 싶을 정도로만 냉방을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수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내외 온도 차이를 5℃ 이내로 유지하며, 실내 온도는 25℃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도록 한다.
둘째, 에어컨 필터는 2주에 한번씩 청소해 준다. 기능이 부실한 복합제품의 사용은 더욱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함께 있는 제품은 필터단계효율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셋째, 한두 시간 마다 실내 공기를 외부 공기와 환기시켜 주어야 한다. 공기청정기를 별도로 사용해 내부의 공기를 정화 시켜주는 것도 좋다. 최근 공기청정기는 폐렴구균과 부유곰팡이를 효율적으로 제거해 주는 기능도 더해져서 나오고 있다.
넷째, 에어컨 바람이 인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하루 종일 사용해야 하는 사무실과 같은 경우에는 가급적 얇은 긴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좋다.
다섯째, 몸이 허약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냉방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하루에 한번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고 과로는 되도록 피하며 잠을 충분히 자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여섯째, 생활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한다. 특히 낮이 길고 밤이 짧은 데다 밤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잠을 설치면서 생활리듬이 깨지기 쉽다. 그러나 생활리듬이 깨지면 몸의 여러 기능이 저하되어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수면시간이나 식사시간은 규칙적으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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