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가을은 폐(肺)가 쉽게 상하는 계절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폐는 찬 기운에 의해 쉽게 상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전까지 비교적 멀쩡하게 잘 놀던 아이들도 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기침과 콧물로 시작되는 호흡기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원래 그러려니 하고 대담하게(?) 지켜보던 초보 부모님들도 하루 이틀 지나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만약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도 잔기침이나 콧물이 계속 나서 약국이나 양한방 의료기관들을 방문해도 감기증상은 떨어지지 않아 걱정이 느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옛날 대가족제도에서는 아이들도 많고 아이들이 앓는 것을 많이 지켜 보았던 친지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아이들 한두명의 핵가족 세대에는 아이들의 조그만 질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거 큰 병이 아닌가”에서 “이거 우리애만 유달리 약한 것이 아닌가”하는 등등의 걱정이 앞서게 마련입니다.

 

어디든지 초보는 좌충우돌하면서 일을 배워 나가게 되듯이 아이들도 세상에 처음 태어난 순간부터 세상의 여러 가지 환경에 적응하면서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시작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환경의 유해한 요소들과 싸우면서 자기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체계를 스스로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부모님들이 이미 겪었던 병들을 모두 처음부터 겪으면서 자기만의 방어체계, 면역체계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환경에 특히 신경을 쓰는 돌 이전에는 유해한 환경과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등에서부터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되어 있을 뿐 아니라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면역능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오히려 감기 등의 병은 잘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기 발로 걸어다니고 왕성하게 성장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실내외를 뛰어다니고 서로 자기들끼리 나눠먹고 주워먹고 …온갖 감염될 수 있는 유해한 환경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제 아이들이 접하는 환경은 부모님들의 통제를 벗어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즈음에는 어머니로부터 얻었던 면역력이 이미 바닥난 시기입니다. 따라서 돌 이후부터 보통 자기 스스로의 면역이 어느 정도 성장되는 약 5세 전후까지는 감기 등의 잡병에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시기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는 있습니다.

감기 바이러스는 더울 때에는 비교적 활동력이 떨어졌다가 가을이 되면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특히 차고 건조한 공기는 아이들이 숨쉬기에 불편하여 더욱 쉽게 노출되기도 합니다.

 

감기에 걸리기 전에는 밖에서 놀다 들어온 아이들의 손을 잘 씻기고 양치질이나 입을 헹구도록 해야 합니다. 감기 바이러스는 호흡기로 직접 감염되는 것보다는 아이들의 손으로 감염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감기에 걸렸는데 만약 증상이 평소와 달리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병원에 가야만 합니다. 요즘은 병원에 가서 약을 먹으면 아이들이 오히려 약해진다는 자연의학적인 사고가 많이 있는데, 대증요법으로 약을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흔히 걸리고 쉽게 나을 수 있는 병인지 아니면 다른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병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의사의 진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믿을 만한 의사를 방문하는 것은 대증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병의 감별을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약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써야 합니다. 대부분 흔히 알고 있는 감기약은 증상완화제입니다. 이러한 약물들은 원인에 대한 제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증상의 완화를 주된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거나 과다한 증상으로 인해 다른 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 등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침, 콧물, 열 등의 증상 완화를 위하여 약을 쓰는 것은 오히려 쓰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열은 바이러스 등의 침입자들이 활동하기 쉬운 추운 환경을 더운 환경으로 바꿈으로써 침입자의 활동력을 감소시키고, 백혈구 등의 신체면역기능과 노폐물 제거 등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아이의 면역체계에서 필요해서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따라서 열이 있다고 무조건 내리게 되면 오히려 아이들이 병을 이겨내는 과정을 지연시키게 됩니다. 고열과 같이 의사와의 상담하에서 해열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물이나 과일 혹은 소금 등을 적절히 주어 열을 내면서 소모될 수 있는 수분을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기침과 콧물은 유해인자들을 몸 바깥으로 배출하기 위한 몸의 반응과 그 과정에서 분비된 분비물들입니다. 몸 안에 있으면 불필요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에 배설하려는 자연적인 노력을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고 무조건 멈추게 해서는 안됩니다.

 

코는 외부의 공기를 폐가 숨쉬기에 적당한 조건으로 변화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외부와 인접되어 공기를 덥히고 먼지를 제거하는 작용을 하는 기관은 아무래도 쉽게 감염될 수 있고, 분비물도 많이 만들어 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폐가 숨쉬기 편한 공기로 만들지 못한다면 바로 기침이 나게 됩니다.

 

아이들은 수면 중에는 필요로 하는 공기의 양이 적다가 눈을 뜨기 시작한 이후 마치 자동차가 시동을 걸 때 순간적으로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듯이 신체의 기관이 수면에서 깨어나 막 움직이기 시작할 때에는 많은 양의 공기를 필요로 하게 되고 그래서 수면 중에 비해 많은 산소를 갑자기 흡입하게 됩니다. 이때 밤새 기온이 내려가면서 차갑고 건조해진 아침의 공기는 아이들에게 자극적일 수밖에 없고 특히 감기 등으로 호흡기가 약해진 경우에는 콧물과 기침을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기침, 콧물이 심하거나 특히 아침에 기침이 심한 경우에는 아이가 잠을 깨기 1∼2시간 전에 방안의 공기를 차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도 아이들의 기침, 콧물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또 보이지 않은 장롱 위 등을 물걸레로 깨끗이 닦아주어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를 없애주고, 아이들이 없을 때 자주 공기를 환기시켜주는 것도 좋습니다.

[출처] 소리청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