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방 ‘직장인과 화병(火病)’

화병의 원인으로는 배우자와의 갈등, 시댁식구들과의 갈등, 과도한 업무, 사업실패, 자녀의 비행이나 시험낙방, 자신의 오랜 지병, 가족의 갑작스러운 사망, 정보의 홍수, 교통체증, 정치의 불만족감, 날마다 치솟는 물가고, 집세의 폭등 등을 꼽을 수 있다.
화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을 너그럽게 갖도록 노력하고,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로 가급적이면 화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직장인과 화병

최근 탄핵정국, 총선 등 드라마틱한 정치상황과 경제난 속에서 불안한 심정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역동적인 환경변화만큼이나 실생활에서도 일에 대한 태도나 역할이 바뀌면서 늘어난 정보들은 직장인은 물론 주부, 학생, 노년층까지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직장인의 스트레스가 가져오는 작업 손실과 생산성 저하는 의외로 심각하다. 미국에선 가까운 장래에 스트레스에 의한 각종 질환이 심장질환 다음으로 기업에 손해를 끼칠 것으로 예측한다. 근로자중 25%가 평생 한 번은 우울증과 스트레스성 불안장애에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급격하게 받거나 혹은 오랫동안 받게되면 심신증과 신경증 같은 스트레스병에 적지않게 시달리게 된다.

요즘 대기업에 다니는 K씨는 신경이 예전보다 예민해졌고 자신도 모르게 직장 동료와 가족들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K씨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이 나는 즉 울화가 잘 치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깜짝깜짝 잘 놀래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불안하고 우울하며 잠이 잘 안 오고 머리가 아프며 항상 피로하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또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우며 곧 쓰러질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내원하였다.
K씨가 겪고있는 것이 바로 화병(火病)이다. 스트레스 중에서도 특히 내적인 자극 즉, 마음으로부터 생기는 스트레스 이른바 울화(鬱火)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증상이 곧 화병이다.
이는 주로 마음이 원인이 되어 오는 것으로, 이를테면 심리적인 쇼크나 정신적인 갈등에 의해서 뇌에 기질적인 변화가 없이 일어나는 정신적 혹은 신체적인 증상을 수반하는 병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정신병(정신분열증과 조울증)과 간질은 포함시키지 않는다.
이에 대해 미국정신의학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Hwabyung(화병)으로 공식표기하고 있다. 서양의학자들은 화병을 한국인에게서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문화관련증후군'으로 보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견해이다. 화병의 실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부족으로 볼 수 있으며 좁은 의미의 화병의 뜻풀이로 '분노증후군(Anger syndrome)'으로 본 것 또한 화병을 포괄적으로 분석하지 못한 결과이다.

요즘 들어 화난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경기침체와 사회 전반의 모든 일들이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고 있다. 한 대학병원의 통계자료를 보면 일반인의 4.2%가 화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병의 원인으로는 배우자와의 갈등, 시댁식구들과의 갈등, 과도한 업무, 사업실패, 자녀의 비행이나 시험낙방, 자신의 오랜 지병, 가족의 갑작스러운 사망, 정보의 홍수, 교통체증, 정치의 불만족감, 날마다 치솟는 물가고, 집세의 폭등 등을 꼽을 수 있다.
화병하면 여성에게 많은 병으로 알려져 왔는데 특히 환란이후에는 감원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이 흔들리면서 40~50대 남성들도 화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또 성취욕이 좌절되면서 빚어지는 욕구불만도 이 병의 원인이 된다.

화병의 진단은 다음 15개 항목중에서 최근 1개월 이내에 5개이상의 항목이 해당되면 화병으로 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1)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이 난다(울화가 치민다) 2)가슴이 두근거린다 3)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 4)깜짝깜짝 잘 놀랜다 5)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6)머리가 무겁고 아프다 7)잠이 잘 안 온다 8)눈이 침침하고 항상 피로하다 9)만사가 귀찮고 우울하다 10)불안하고 초조하다 11)숨이 차 호흡이 곤란하다 12)속이 메스껍고 어지럽다 13)쓸데없는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14)속이 쓰리고 아프다 15) 입안이 자주 마르고 갈증이 난다

임상적으로 공황장애, 강박증, 우울증 등은 화병과 같은 맥락인데도 양의사가 '공황장애'라고 진단하면 싫어하지만 한의사의 '화병'이라는 진단에는 큰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속 썩었던 경험 즉 울화가 내부 장기에 쌓여 있음을 환자가 자각하고 있고, 그런 인식을 한의사와 공유한다는 느낌에서 안도하기 때문이다.

화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을 너그럽게 갖도록 노력하고, 아울러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로 가급적이면 화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설령 화가 나 폭발한 경우에도 빨리 마음의 안정을 찾고 화를 해소시켜야 한다. 이때 명상이나 참선 및 심호흡법 등이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도 역시 마음속에 맺힌 화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화병으로 죽었다"는 고전적 표현에 따르면, 화병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기도 하다. 마음의 병이 고혈압·심장병·암과 연결되었을 '가능성'은 서양의학에서도 인정한다.
미국 하버드대 패트리셔 엥 박사는 “분노를 웬만큼 드러내는 사람이 참는 사람보다 심장마비 위험이 50% 이상 줄어들고, 뇌졸중 발생률도 낮았다”고 밝힌 바 있고,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권현철 교수팀도 최근 "화병이 생기면 심장이 멈춰 돌연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화병은 쉽게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 한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가벼운 화병의 경우에는 즐거움(喜)으로 발산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만일 혼자 감당할 수 없고 생할하는데 지장을 받을 경우에는 조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화병은 먼저 마음속에 억제되어 있고 뭉쳐 있는 화를 풀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신적인 기능을 조절하고 자율신경의 안정을 도모하기위해 약물치료, 침구치료, 정신치료 등을 이용한다.
약물치료는 속에 맺힌 열을 내리고 기의 순환을 도와 정신적으로 안정되게 도와 준다. 침구치료는 경혈 자극을 통해 기의 순환을 촉진, 장부와 경락 기능의 균형을 유도해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화를 내려 준다. 정신치료는 모든 질병의 원인 제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된다.
한의학에서의 정신치료는 道로서 마음을 다스리고 병을 치료하는 즉 "이도치심요병(以道治心療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정변기법(移精變氣法)이나 五行의 상생상극(相生相克) 이론을 이용한 "오지상승위치(五志相勝爲治)"라는 여러 가지 감정간의 역동적인 관계에 입각한 정신치료를 행하고 있다.

[출처] 소리청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