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만 되면 온 몸이 나른해지고, 특히 식사 후에는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 없는 계절이다. 낮에는 이렇게 졸린데, 밤만 되면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자지 못하는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의외로 많이 볼 수 있다. 수면장애 중 가장 빈도가 높은 불면증은, 하룻밤 잠을 설치는 경우로부터 수십 년간 지속된 만성 수면부족의 경우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또, 자려고 별별 노력을 다 해봐도 잠이 들기 어려운 입면장애(入眠障碍), 자주 깨거나 꿈이 많아서 깊이 잠들 수 없는 숙면장애(熟眠障碍), 아침 일찍 깨어 그 후에는 다시 잠들지 못하는 조조각성(早朝覺醒)의 형태도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어떤 일이나 생활에서 생긴 정신적인 긴장, 불안, 소음, 잠자리의 변화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불면을 경험하는 일이 있는데 이러한 불면은 일시적 불면이라 하여 치료의 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일시적 불면이 계기가 되어 만성적인 불면을 초래하거나, 신체적인 질환으로 인한 반복되는 불면일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꿈의 원인과 치료법을 상세히 다루고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에 따라서 개인의 흠을 찾고, 그 흠을 보완해 주는 방법으로 불면증을 치료한다. 예를 들자면, 얼굴 색이 창백하면서 몸도 차고 꼼꼼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은 한가지 생각에 골몰하여 잠을 자려해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끊이지 않아 잠을 못 자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생각이 지나쳐 심비(心脾)를 상하게 하여 불면증이 되는 것이다. 보익심비(補益心脾)하는 치료법으로 치료하면 불면증이 치료될 뿐만 아니라 식욕과 소화기능도 좋아진다. 또 식욕을 조절하지 못하여 먹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람이, 배가 고프면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괴로워 편히 눕지 못하고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에는 식적을 없애주는 방법을 쓴다. 혼자 사는 여성이 성생활에 대한 욕망이 있어도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도 불면증이 올 수 있는데, 이때는 귀신과 성관계를 하는 꿈을 꾸거나, 열이 올랐다 추웠다 하면서, 기미, 주근깨, 두통, 만성피로, 무력감 등을 호소하고 감기 비슷한 증상이 지속되기도 한다. 젊은 사람 특히 수험생이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아 몸이 무겁고 낮에 자꾸 졸리고 오전에 피로가 심하면 양허해서 나타나는 증상이고, 만약 오후에 피로가 심하면 음허한 것이니 음을 보하거나 양을 보하여 치료하면, 피로도 없어질 뿐만 아니라 불면증도 고치게 된다. 사람은 일생의 1/3 정도의 시간을 잠을 자면서 보내게 된다. 활동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시간이 바로 잠자는 시간이다. 잠은 낮 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다음 날 활동할 기운을 충전해 준다.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서 어떻게 낮에 활동을 잘 할 수 있겠는가. 잠은 아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푹 자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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