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의 5% 정도만이 성공할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또한 많은 흡연자들이 수년간 담배를 피워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없어 금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흡연은 폐암이나 호흡기 질환 외에도 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일으키는 가장 위험한 원인 중 하나로 밝혀지고 있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얼마 전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흡연은 관상동맥경화의 발병을 2배에서 4배까지 증가시키고 관상동맥경화로 인한 사망률을 70% 이상 높인다고 보고됐다. 특히 흡연은 30대 후반에서 50대 전반 사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의 주요 발병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흡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혈관 질환의 발병위험을 높이지만, 다른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들과 함께 있을 때 그 위험성은 더 크다. 또 흡연은 신체활동 능력을 감소시켜 운동량을 떨어뜨리고 혈관을 막히게 하는 혈전(피떡) 생성을 초래하여 심혈관 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 특히 흡연은 상지와 하지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게 해 말초동맥 질환을 초래하며 이미 혈전으로 동맥이 좁아져 있는 환자의 경우 상지나 하지의 손상뿐 아니라 절단으로까지 갈 수 있다.

현재 국내 20세 이상 흡연비율은 26.3%에 이르며, 남성 흡연율로만 보면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40, 50대의 흡연 중년남성들은 대부분 흡연 경력이 20~30년 정도이기 때문에 지금 와서 끊어도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금연을 하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률을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출 수 있으므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15년간 금연하면 심장 질환 발병 위험도를 한 번도 담배를 피워보지 않은 사람 수준으로까지 낮출 수 있다.

자신이 비흡연자라고 방심해서는 안된다. 간접흡연 또한 직접흡연을 하는 것만큼이나 심혈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간접흡연은 관상동맥경화 발병위험을 50~60%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간접흡연에 노출된 사람은 흡연자가 받는 건강에 대한 악영향의 80% 정도를 받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담배연기 속의 독성물질은 5분 이내로 간접흡연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만약 관상동맥계통에 이미 문제가 있는 비흡연자라면 간접흡연만으로도 급성 심장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상당히 높아진다. 따라서 비흡연자이면서도 고혈압, 당뇨 등 심혈관 질환의 다른 위험인자를 지닌 사람이라면, 흡연이 허용된 공공장소는 피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금연과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심혈관 질환 위험을 크게 낮춰주므로 금연과 동시에 혈관에 혈전의 생성을 억제해 주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도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아스피린은 110여년 전 해열진통제로 바이엘사에서 최초로 개발되어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으나, 최근 출혈을 멎게 하고 혈액을 응고시키는 혈소판의 기능을 감소시키므로 혈전 생성을 억제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심혈관 질환 예방제’로 처방되고 있다.

미국심장협회와 미국당뇨협회는 아스피린 저용량 요법을 심혈관 질환 고위험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2008년 6월 미의사협회에서도 심혈관 질환 및 뇌졸중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의 적절한 복용을 권고해야 한다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9만5000명이 넘는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6개 임상실험을 바탕으로 한 가이드라인으로 이번 발표를 통해 저용량 아스피린의 효능 및 복용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스피린을 심혈관 질환의 예방을 위한 필수약물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하며, 매일 한 알씩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만큼 위의 부담을 덜고, 장에서 용해될 수 있도록 특수 코팅된 바이엘사의 오리지널 제품인 아스피린 프로텍트와 같은 장용제가 권장된다.

< 김현원 헬스경향기자 iamhw76@kyunghyang.com>
출처 :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906101549185&code=9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