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기준 모호…정부, ‘사후심사’ 긍정적
［메디컬투데이 윤정애 기자］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이벤트에 참여해서 당첨되면 성형수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취업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한 커뮤니티에서 취업성형이나 치아교정·미백시술을 특정 병원에서 회원들에 한해 할인된 가격으로 시술받는 이벤트 참가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이 때 인터넷 이벤트의 경품으로 받게 되는 의료시술과 관련돼 협력병원에 알선하는 행위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아 의료법 위반에 대한 단속마저 문제가 되고 있다.

◇ 시대의 요구 ‘의료상품’이 경품

현대인들에게 인터넷을 통한 이벤트 참여는 한 번쯤 해봤을 법한 흔한 일이 됐다. 대부분의 이벤트는 경품이 주어지고 이때는 물품이나 여행권, 현금, 상품권 등 다양한 것들이 사람들을 유혹하게 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이벤트 경품도 변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과 취업에 관심있는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성형’, ‘라식⋅라섹’, ‘치아관련 시술’ 등의 경품을 걸고 이벤트를 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유명 온라인 H 게임사는 최근 이벤트 경품으로 ‘성형’비용을 지원해 주겠다고 광고를 했다. 해당업체는 이벤트 초기 협력병원 이름을 이벤트 배너팔에 적어 병원의 알렸다.

또 유명 취업정보 공유 인터넷 카페인 ‘취업뽀개기’에는 지금도 성형외과와 치과의 이름이 명시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 병원은 카페 회원에 한해 수술비용을 할인해 주겠다며 취업준비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상품을 경품으로 내 건 이벤트는 관심이 높은 만큼 외모지상주의를 유도하는 도덕적 비난과 현행 의료광고에서 심의에 따른 의료법에 저촉되는 사례가 포함되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의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광고는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에 관한 광고를 할 수 없고, ▲과대⋅과장광고 등 환자를 유인 알선하는 내용을 포함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환자를 유치하려는 병원과 많은 사람들을 이벤트에 참가시켜 해당 업체의 홍보를 극대화 해야하는 주관업체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의료법을 위반소지가 많은 이벤트도 늘고 있다.

H 게임사는 “여성들도 많이 참여하는 게임인 만큼 장기간에 걸친 이벤트 진행에 따라 ‘성형’을 가장 먼저 경품으로 내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법 저촉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협력병원의 이름을 삭제하고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회원들에 한해 할인가를 적용해 주겠다는 인터넷 카페 협력병원들은 여전히 해당 이벤트 광고를 하고 있고 회원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법에 저촉되는 광고를 병원들이 하는 이유에 대해 대한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정재호 홍보이사는 “병원의 경영난 때문에 환자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도 있겠지만 업체와 병원이 의료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생긴 문제일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료법 위반이 판단하는데 있어서 변수가 많아 의료광고, 이벤트가 모두 의료법 위반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인터넷 이벤트의 경우는 더욱 판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인터넷 이벤트 단속 “쉽지 않아”

정부 관계자 역시 인터넷에서 빚어지고 있는 의료상품을 내건 이벤트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 박창규 사무관은 “온⋅오프라인에 대한 의료광고심의 규정이 동일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의료기관이 홈페이지나 팝업창을 통해 자유롭게 광고를 하고 있고 매시, 매초마다 내용을 바꿀 수도 있어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 이벤트의 경우 “게임업체가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상품을 건 이벤트를 하고 배너에 협력병원의 이름만 명기하면 병원의 위치, 연락처가 없기 때문에 게임업체에만 의료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의 속성상 병원의 이름만으로 위치, 연락처 등 세부적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대응 방법은 없다“고 현행법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서울의대 이경권 법무전담교수는 최근 '인터넷 의료광고에 대한 연구'에 대한 논문을 제시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이경권 교수는 “인터넷 의료관고가 전파속도도 빠르고 광범위하지만 적정한 관리는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오프라인 광고보다 더욱 강한 행정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료광고규정 위반으로 고발되는 인터넷광고 대부분이 웹사이트광고’인 것을 감안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사후심사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오는 3월중에 인터넷의료광고 사전심의 여부에 대한 의협 등 3개 심의단체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윤정애 기자 (jung@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