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진료기피·고가서비스…복지부-더 많은 기회 제공

정부가 오는 3월경 교육과 의료 등 10개 분야를 중심으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월 19일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1차 민·관 공동위원회가 개최됐으며, 여기에서 올해 서비스산업 선진화 추진 계획과 중점 검토과제 등의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 위원으로 교과부와 복지부 등 7개 관계부처 차관이 참여하고 있는 민·관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서비스산업 일반 및 10개 서비스업 분야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후 오는 3월 중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 중 의료계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인 병원개설 허용을 위한 전문자격자제도 개선방안은 올 하반기 쯤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는 지난해 12월 전문자격사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오는 5~6월경 최종보고서를 제출 받을 예정이다.
 
 재정부는 최종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향후 가칭 ‘전문자격사 제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전문자격사 관련 개별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의료기관은 의사 개인이나 비영리의료법인만이 설립할 수 있다. 설립에 들어가는 자본도 순수 의사 자기자본이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은행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 ‘국민 건강 위협하고 의료체계 왜곡 가져올 것’

의료계가 주목하는 부문은 일반인이 의사나 약사를 고용해 요양기관을 개설할 수 있게끔 허용하느냐 여부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의료체계의 왜곡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1월 7일 복지부 및 재정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은 국민 건강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체계의 왜곡을 초래하고 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정책”이라며 “정부가 이를 추진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은 자칫 의정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협은 “10만 의사회원들이 규제위주 의료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민 건강증진과 의료제도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정부는 의료산업을 선진화한다며 의료인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정책만 추진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특히 의협은 “일반인에게 병원개설의 길을 터주면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진료나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위주로 병원이 운영될 수 있다”며 “무리한 환자유치나 불법의료행위도 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높은 진료과목으로 편중돼 환자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주경 의협 대변인은 “지난 2005년 헌법재판소도 판례에서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설립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밝혔다”면서 “이 제도가 도입되면 결국 수익성이 떨어지는 보험진료나 저소득 계층 환자에 대한 진료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복지부…일반인 병원개설 시 위험발생 우려는 과장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12월 말에 제출받은 '보건의료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인이 병원을 개설할 경우 보건 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과장된 것으로 분석되어 이목을 끌고 있다. 앞서 정부가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일반인도 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전문자격사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이어서 이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설자가 누구이든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이 의사라면 국민 보건에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의사의 지식과 일반인의 자본이 보다 공개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 국민은 물론 의료공급자인 의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다시 말해 국민들은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기회와 함께 건강에 대한 더 높은 수요를 충족할 수 있고 의사는 일자리와 연구 활동 기회를 얻게 되는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건강보험을 의무화하는 당연지정제를 유지하면 자본조달 주체에 따라 서비스 가격이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보고서에는 설립 의료기관의 지분을 50% 이하만 일반인이 소유하도록 하는 방식과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이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연구용역 보고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며, 주무부서에서 연구결과를 검토한 후 추후 반영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용역 보고서는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에 밝힌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 보고서와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일부에서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을 위한 수순 밟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정부는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 제도 선진화방안을 통해 전문자격사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개선, 대형화, 전문화 등을 위해 면허자격자가 아닌 일반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 복수의 사업장 설립 허용, 복수의 전문가 단체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2009년 중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제도개선 방안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나온 대안 중 하나”라며 “기획재정부가 주장한 전문자격사제도 완화와는 관계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담당과에서 검토한 후 반영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복지부 차원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반인 병원개설에 기대되는 효과
 
의료계와 복지부의 입장이 대립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일반인에 병의원이 개방되고 자본이 의료시장으로 유입되면 병원운영진과 의료진이 철저히 분리되고 경영비용과 진료비용도 개별로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매번 세무조사로 인해 난감해하는 의사의 경우, 이렇게 경영이 분리되면 철저히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그에 따라 의료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것은 의료인력의 수급은 철저히 의협에 부여하고 지역의사회는 해당 지역 소속 의사들의 의사직 유지와 정지권한을 부여받아 실질적인 의사의 권한을 유지하는 것이 전제되었을 경우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또 다른 개원의도 “당연지정제로 정부에 예속돼 제 힘을 발휘 못하는 의료계가 일반인들의 자본 참여로 오히려 힘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수가에 의존해 정부의 눈치를 보느니 새로운 자본의 유입으로 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의료의 질을 높여 건강보험의 큰 틀을 의사들이 스스로 깰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MSO 등의 조속한 도입을 기대하고 있는 병원컨설팅 관계자들도 ‘일반인 병원 개설’이 허용되면, 의사들이 단순히 이권을 뺏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권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관측이다.
 
일반인의 병원개설 가능 여부가 과연 국민과 의료단체에게 각기 어떠한 득과 실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미 기자│jmluna@bi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