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발 사용설명서
여름, 발. 무엇이 연상되는가? 괜스레 킬 힐, 아니 킬 샌들을 신고 나가 이곳 저곳 물집 잡히고 부르트고 상처 난 발. 굳은살은 당신의 자랑이 아니라 수치다, 수치! 왜냐고? 21세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당신의 발 가격이 높아질 예정이니까.

발은 곧 액세서리다
굳이 끈 몇 가닥으로 된 마놀로블라닉의 새로운 신상 여름 샌들을 보며 <섹스 앤 시티>의 캐리처럼 환호성을 질러댈 필요는 없다. 여름에는 삼선 슬리퍼를 신어도 페티큐어 하나로 싸구려 삼선이 아디다스로 착각될 정도로 빛나 보일 수 있으니까.

여름 한철이라지만 슈즈에 따라 컬러 체인지를 하고픈 것이 여자들의 변덕. 강남, 청담, 압구정 등 넓은 평수의 네일 케어 전문점에는 남녀노소는 물론 요즘은 커플이 함께 예약해 손발의 각질 및 마사지 케어를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가격대는 대학가의 경우 네일 케어가 1만원 초반인데 비해 백화점 등에 입점한 곳은 2만원 이상이다. 그러니 페티큐어 가격은 얼마인지 대략 짐작이 되겠지? 각질, 마사지 케어까지 추가될 경우 대학가 가격 역시 4만원 선을 훌쩍 뛰어넘는다.

얼마 전 돈을 아껴보자는 심산에 대학가 네일 숍에 취재차 갔을 때도 60대 할머니 두어 분과 40대 아주머니가 서로의 엄지발톱에 천사 날개 큐빅을 박을지, 하트를 박을지, 진땀 뺄 정도로 고민하고 있더라. 강한 컬러일수록 빛나는 게 아니라 포인트도 내 맘대로인 페티큐어. 발은 그야말로 21세기의 강력한 사치 액세서리인 동시에 늘 발에 신데렐라 구두를 신고 다니는 기분이 들게 할 환상적인 사치품이다.
 

발 전용 카페, 사우나, 와인바는 여름철 최고의 피서지

마케터들이 홀대 받던 발의 중요성에 눈을 뜨면서 이른바 ‘족(足) 마케팅’이 주목 받은 지 오래다. 피부병 치료에 좋다고 알려져 ‘어의(漁醫)’라고도 불리는 물고기 ‘닥터피시’ 전용 카페부터 서울 신촌 등을 시작으로 재작년부터 이슈가 된 발 전용 카페를 모르면 간첩. 카페뿐이던가? 갤러리에서도 실내 한쪽 면의 발코니에 족욕실(足浴室)을 따로 마련해놓았을 정도다. 각질 제거와 경혈 자극은 물론 발을 간질이는 신선한 느낌 때문에 닥터피시 족욕탕을 사우나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통신사 프로모션 등에서는 멀티 홍보 방법으로도 쓰고 있다.
손발만 따뜻하면 겨울에 덜 춥다는 말이 맞긴 한가 보다. 발이 시원하면 여름 내내 시원해질 공간이 곳곳에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여름이면 “손님, 양말부터 주시죠. 저희가 사물함에 맡겨놓겠습니다”라고 키를 건네줄 레스토랑이 생길 날도 머지않았다.


발, 너 전용 매장까지 생겼니?

기능성 신발과 같은 신발 제조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7월을 겨냥해 선보이는 발 기능성 제품들도 늘어났을 뿐 아니라 웰빙 및 자연 치유를 지향하는 발 건강용품 구매자 층도 늘었다. 발전용 화장품, 풋 케어 크림, 로션 등 남녀노소 누구나 발 관리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킬 힐 신고 발 전용 화장품에 돈을 들이느니, 일주일에 몇 번은 발 건강용 기능성 신발을 신는 게 경제적으로나 건강상으로나 더 좋을 듯하다.

발 전용 액세서리들에 눈 돌아갈 지경

팔찌 말고 발찌? 발목을 더욱더 가늘고 돋보이게 만드는 발찌는 실버, 골드, 비즈 등 재료의 다양성만큼이나 액세서리 종류도 다양하다. 몇 달 전에 종영한 <꽃보다 남자>의 뉴칼레도니아 섬에서의 촬영 분 중 구준표가 금잔디에게 무릎을 꿇고 앉아 발찌를 채워주던 모습을 기억하는가? 반지나 목걸이 등의 선물로 프러포즈하는 모습도 로맨틱하지만, 가느다란 여자의 발목에 남자가 무릎을 꿇고 빛나는 발찌를 채워주는 모습이 요즘 아줌마들 사이에는 붐이다. “여보, 내게도 이렇게 좀 해주면 안 되겠니?” 그 장면만 녹화해서 남편에게 계속 되감기로 보여줬다는 옆집 주부 H 씨의 증언도 있을 정도니.
그런데 과연 여자만 그럴까? 남자들의 액세서리도 이미 귀고리, 반지, 목걸이는 물론 이제 바지의 쇠사슬 라인까지 내려왔다. 내 남편에게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 부인 사진을 넣은 남성용 발찌를 채워주는 건 어떨까? 다른 여자들로부터 몸짱 남편을 지킬 그만한 개목걸이는 없을 듯하다.


발부터 보여주세요

지금까지는 동양 의학에서만 주목 받던 발의 혈자리 및 혈점들이 서양 의학에서도 ‘발 건강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제 내과에서도 배나 등이 아닌 발에 청진기를 댈 날도 머지않았다. 발에는 모든 혈이 다 모여 있어 굳은살이 많을수록 건강 상태나 순환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발 마사지만 전문으로 하는 숍도 있고, 발 경락만 제대로 받아도 전신이 상쾌해진다니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이 아니라 발 건강에 신경 쓸수록 당신의 몸 상태도 ‘So-Young &Young’해질 것이 분명하다.
요즘은 가정에서 족욕기를 구매해 직접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어느 정도 온도의 물에 발을 담그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족욕기의 발바닥을 눌러주는 지혈 기능을 함께 사용하면 온몸의 혈액순환 및 노폐물 방출도 순조롭다고 하니 웰빙 주부들이 놓쳐서는 안 될 정보!

[출처] 소리청 블로그